‘찜기냐 시루냐 그것이 문제로다’…부부 번역가가 사는법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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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환(왼쪽)·윤영수 번역가는 중국과 일본에서 20여년간 거주한 경험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3국의 상호이해를 높이는 책을 번역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도대체 이들은 왜 이러는 걸까요?’ 직장을 따라 일본에 8년간 살던 윤영수·박경환 부부가 붙들었던 화두다. 일본인들은 겉으로는 극진한 예의를 갖추지만, 서브 컬처에 드러나는 선정성은 충격적이다. 조직 내 권위주의와 위계질서는 철저하지만 회식 자리에선 마치 다른 인격이 깃든 듯 서슴없이 망가진다. 일본을 이해하기 위해 틈나는 대로 책장을 들췄지만 부부의 갈증을 풀어주진 못했다. 그때 우연히 만난 ‘일본의 굴레’가 해갈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일본에 처음 왔을 국가 전세자금대출
때 이 책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수없이 했을 정도로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였어요.” 한국인들에게도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에 앞뒤 가리지 않고 번역을 시작했다. 낮에는 생업을 밤과 새벽에는 번역을 붙든 끝에 출간한 첫 번역작 ‘일본의 굴레’는 17쇄를 찍는 기염을 토했다. 부부 번역가는 책의 인기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모기지회사
. “지금까지 일본을 이해하는 책의 정석인 ‘국화와 칼’은 저자가 일본에 한번도 가보지 않고 문헌만 분석해서 쓴 1940년대 책이었죠. 반면, ‘일본의 굴레’는 일본에서 40년 이상 살았던 미국인 정치경제학 교수가 헤이안 시대부터 아베 정권까지 정치·경제·사회·문화를 종횡무진하며 전방위적인 통찰을 보여줍니다. ‘국화와 칼’를 뛰어넘는 일본에 대한 이해를 원TS삼성저축은행
하는 한국 독자들의 수요를 만족시킨 것 같아요.” 책을 출간한 글항아리 출판사 이은혜 편집장은 가독성 높은 번역에서 인기 비결을 찾았다. 그는 “역자들이 일본 문화 깊숙이 들어가 살았던 점과 일본 사회의 모순과 아이러니를 모두 꿰며 언어가 그 사회를 대변하는 핵심 매체임을 이해한 점이 번역의 정확성과 풍부함을 더했다”고 평가했다. 우리수협
코로나19 이후 한국에 귀국한 이들은 독자들의 호응에 화답하듯 ‘도널드 리치의 일본 미학’ ‘사라진 일본’ 등도 연이어 옮겼다. 이 책들의 원저자 역시 일본에서 50∼60년 넘게 산 미국인들이다. 부부는 일본으로 이주하기 전 제너럴일렉트릭(GE) 등 다국적 기업에 재직하며 중국에서 12년간 거주했다. 중국에 살았을 때 가졌던 의문을 풀어주는 ‘젊스피드론
은 인민의 초상’도 우리말로 옮겼다. 이 책의 원저자도 중국에서 20대와 40대를 보낸 미국인이다. “저희가 번역한 책들은 이방인들이 현지를 관찰한 내용이에요. 그것도 잠깐 다녀간 사람이 아니라 현지에 오래 산 사람이 관찰을 통해 통찰로 풀어낸 책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옆에서 보아야만 깊게 들여다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이방인이기에 더 정확하게 꿰뚫어 보는대출금상환방식
면이 있거든요.” 모든 책은 부부가 함께 번역했다. 어떤 책은 윤씨가 초벌 번역을, 박씨가 재벌 번역을 맡았고, 어떤 책은 바꿔서 맡았고, 어떤 책은 챕터별로 번역을 맡기도 했다. 다만 번역의 마지막 단계에선 한 사람이 전체 톤을 잡았다. 이들은 “각자 다국적 기업에서 맡았던 역할이 번역에서의 강점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무집매매시 주의사항
와 사업 개발 업무를 주로 맡았던 박씨는 “원작자가 하는 말은 빠뜨리지 않고 원작자가 하지 않은 말은 더하지 않는 담백한 번역”을 추구한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했던 윤씨는 “독자가 잘 이해하도록 설명하는 번역”에 강점이 있다. 번역의 매력에 사로잡힌 이들은 지난해 말 번역·수출 에이전시 ‘퍼플우드 컴퍼니’를 차렸다. 한강 작가의 노전세자금대출 서류
벨문학상 수상과 케이(K)-문학 바람을 타고 한국 소설과 에세이의 해외 출간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한국 논픽션의 진출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퍼플우드 컴퍼니’는 한국 사회를 잘 보여주는 논픽션을 영·중·일 언어권에 번역·수출하는 게 목표다. 첫 작품은 한승태 작가의 ‘어떤 동사의 멸종’으로, 현재 미국 출판사와 계약을 진행 중이다. “이 작품은 콜센터 상대출통합
담원 등 조만간 우리 사회에서 사라질 직업을 소재로 한국 특유의 코드와 정서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세계적으로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내용이라서 첫 작품으로 골랐어요.” 부부가 함께 번역가로 살아가는 풍경은 어떨까? “보통 부부가 살림살이나 돈, 자녀 등 일상적인 얘기를 하면 다툼이 생길 일이 많잖아요? 저희는 늘 딴 세상 얘기만 하땡큐론 후기
니까 대화량은 엄청 많은데 다툴 일은 별로 없어요. 물론 갈등이 있을 때도 있는데… 만두를 찌는 틀을 ‘찜기’로 번역할 것이냐, ‘시루’로 번역할 것이냐를 두고 각자의 논리와 증거를 대가며 하루 종일 대화할 때가 그렇죠.”(웃음) 앞으로 어떤 책을 번역하든 방향은 하나다. 한중일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책이다. “일본과 중국에 살았던 한국인이자 20여년 만에 고국에 돌아온 한국인이다 보니 저희는 경계인의 정체성이 강해요. 그 정체성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삼국이 피상적인 교류가 아닌 깊이 있는 소통을 할 수 있도록 저자와 독자의 경계에서 잘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이런 책들을 옮겼어요 일본의 굴레 국제정치경제 전문가인 미국인이 쓴 ‘타인의 눈으로 안에서 통찰해낸 일본의 빛과 그늘’이다. 박경환 번역가는 “근현대 일본을 이보다 더 종합적으로 집대성한 책은 없다”며 “일본을 이해하기 위해 단 한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태가트 머피R, 글항아리(2021) 도널드 리치의 일본 미학 1960년대부터 50여년에 걸쳐 쓴 일본에 대한 산문으로 일본 영화부터 패션, 파친코,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까지 다룬다. 50년에 걸쳐 흐르는 시간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일본적 특성이 드러난다. 윤영수 번역가는 “평생을 관찰자로 산 사람의 시각으로 본 연대기이자 일본 미학에 대한 통찰”이라고 평했다. 도널드 리치, 글항아리(2022) 사라진 일본 고가옥, 가부키 극장, 서예, 골동품 수집 등을 소재로 급격한 근대화 속에서 사라져간 일본 전통문화와 자연에 대한 향수를 서정적인 필체로 전한다. 외국인 최초로 신초학예상을 수상한 논픽션 에세이다. 윤 번역가는 “이 책을 들고 교토부터 오사카, 나라, 도쿠시마 등을 여행하면 굉장히 재미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알렉스 커, 글항아리(2024) 젊은 인민의 초상 중국 전문 논픽션 작가로 명성이 높은 저자가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변혁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두 세대에 걸친 중국인의 삶을 깊은 연민과 유머로 그려냈다. 박 번역가는 “현대 중국 젊은이들의 고민과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데 좋은 책으로 한국 젊은이들도 공감할 수 있는 동시대 고민을 만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피터 헤슬러, 글항아리(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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